


계속해서 비가 내려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모로스키에 오코.
흐릿한 안개와 호수의 잔상이 우리 가족의 마음에 아쉽게 남아있었나 보다.
다음 날 우리 가족은 폴란드의 마지막 여행지, 바르샤바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서려 했다.
그런데 아니? 아침에 창문을 여니 날씨가 너무 좋잖아? 같은 자코파네 맞아?
그리고 긴급회의를 열게된 우리 가족...
과연 맑은 날씨의 자코파네를 다시 한번 여행할 것인가, 아니면 계획대로 바르샤바로 떠날 것인가...
결국 즉흥적으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이곳과, 자코파네에서 맑은 날씨를 보기 힘들다는 주인집의 말 때문에.
여행에서만 할 수 있는 작은 일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모로스키에 오코 호수로 향하기 전에,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봅슬레이를 타기로 하고 언덕을 올랐다.
이번 등산은 말을 타기로 해서 훨씬 빠른 시간으로 정상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비가 온 여파로 닫혀버린 봅슬레이.
아쉬운 대로 언덕에 있는 양 떼, 젤라또,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마음을 달랬다.
자코파네가 동유럽의 알프스로 불린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은 아름다운 풍경.
마치 알프스의 하이디가 금방이라도 양떼들 사이에서 뛰어다닐 것만 같은 풍경이다.
이곳 사람들 또한 영어를 전혀 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우리 가족과 소통하려는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졌다.
다시 모로스키에 호수로 떠난다.
어제는 비바람 속에 오르느라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마차를 타고 올라갔는데 말똥 냄새 엄청나다...
하지만 덜컹거리는 바퀴소리와 함께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숲길이 꽤 운치 있었고,
바람 속에 섞인 흙냄새와 풀향이 코끝을 스치며 마리 오래된 동화 속 장면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마치 사냥꾼...)


마침내 눈앞에 펼쳐진 모로스키에 오코 호수. 잔잔하게 빛나는 호수는 에메랄드 빛과 청록색이 뒤섞여 있었고,
거울처럼 주변 산을 고스란히 비춘다.
어제는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던 타트라 산맥의 만년설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우리 가족은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사과도 먹고, 맥주도 먹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걷기만 해도 충분하다.
곳곳에 미대생들이 이젤을 들고 이곳의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아니 맨몸으로도 힘든 이 길을 어떻게?! 예술인의 혼이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여서인지, 중간중간 사슴들도 튀어나오는 아름다운 자코파네.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늘 계획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즉흥적으로 하루를 늘린 덕분에, 우리 가족은 폴란드에서 가장 빛나는 하루를 얻을 수 있었다.
어제의 비 내리던 산길과 오늘의 맑고 눈부신 호숫가가 대조되며 자코파네 여행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호숫가를 다 돌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한다.
호수 위로 황금빛 햇살이 퍼지는데 사람들이 돌아가는 모습도 풍경화처럼 보인다.
언젠가 또 다른 계절에 방문할 자코파네를 기약하며, 이만 산을 내려왔다.
폴란드에서 떠나기 전 마지막 밤, 호숫가를 거닐며 하루를 온전히 선물처럼 받은 날.

'세계여행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유럽 9박 10일 - 폴란드의 바르샤바, 쇼팽박물관 방문 후기 (1) | 2025.09.18 |
|---|---|
| 동유럽 9박 10일 - 폴란드 자코파네에서 보낸 하루, 목가적인 주택과 아쉬운 꼭대기 점심 (0) | 2025.09.11 |
| 동유럽 9박 10일 - 오스트리아 빈의 거리, 슬로베니아를 거쳐 폴란드로 (4) | 2025.09.06 |
| 동유럽 9박 10일 - 빈 여행의 하이라이트, 빈 미술사 박물관 방문 후기 (4) | 2025.09.02 |
| 동유럽 9박 10일 - 오스트리아 빈 돌아보기 (비엔나 3대 카페 카페 자허 Cafe Sacher 후기) (14) | 2025.08.27 |